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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전히 연합감리교인인가? (UM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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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7일

( 글은 2023 9 23 열린 <2023 UMC 미래 컨퍼런스 평신도와 함께>에서 박정찬 감독이 발표한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합니다. 이번 모임 준비와 진행을 위해 수고하신 많은 분, 그리고 오늘 참여하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회 안팎으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참으로 비상하고도 위중한 때를 지나고 있습니다. 미증유의 현 교단적 상황은 감리교회에 몸담은 우리의 아픔이며 모두가 함께 져야 할 힘겨운 짐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 앞에 가장 겸손한 자세로 우리의 부족과 허물을 고백하고 회개할 때이자 기도를 통해 주님의 긍휼과 은혜를 구하고 하늘의 지혜와 지시를 듣고 따라야 할 때입니다. 

이 같은 때  “나는 왜 연합감리교회 교인으로 남았는가?” 하는 물음을 가지고 오늘 우리가 함께하는 그 의미는 더없이 중대합니다. 나눔을 주시는 여러분의 말씀, 가슴을 열고 귀 기울여 경청하겠습니다.  이 모임이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쓰임 받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합니다.

기독교 역사의 한 축을 이루며 세계 곳곳에서 복음의 물꼬를 튼 웨슬리로 시작된 감리교 운동의 본체인 연합감리교회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내세울 수 있는 뛰어나고 참으로 고귀한 신앙적 유산과 선교적 자취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 모임을 호출한 당면한 현실과 그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잠시 나눔을 가지고 싶습니다.

세계 모든 족속,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복음의 진리는 영원하며 유일무이합니다. 그럼에도 이 진리는 사회와 문화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시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재해석되고 재창출되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더 관대하고 더 포용적인 신학적 명제와 선교적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문화적 역사적 콘텍스트에 부합한 복음의 토착화 작업은 꾸준히 계속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복음의 이해는 과거의 한 지점에 고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 지향적입니다. 신앙적 유연성과 신학적 융통성이 수용되고 활용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한국 감리교회와 그 모체가 되는 연합감리교회는 이 같은 복음에 대한 참신하고도 역동적인 이해를 가지고, 확신 속에 유연한 신앙과 확고한 중에 개방된 신학을 수용하고 표방합니다. 웨슬리가 확신에 찬 신앙으로 엄격한 훈련과 경건과 실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복음 전파를 위해서는 그의 사역이 파격적이고 진취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과 맥을 같이합니다.

이와 같은 개방성과 유연성으로 그 안에 있는 많은 다름을 품으려 하는 다양성과 또 이를 수용하려는 포용성을 그 정체성 안에 내장한 감리교는 그 정체의 명료함과 일관성을 드러내고 유지하기 위해 일치를 지향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다름을 넘어 하나 됨을 이루어 가는 과정은 불가불 갈등을 수반하지만, 차이를 넘어 일치로 향하는 정신과 운동은 언제 어디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감리교 역사를 볼 때,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때때로 그 맥이 끊기는 듯한 위기의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감리교 정체성의 본질을 잃지 않고 하나 됨을 지키는 큰 줄기의 흐름은 면면히 이어져 왔습니다.

240여 년간, 이 같은 흐름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오면서 우리 연합감리교회는 전 세계만방에서 놀라운 복음의 텃밭을 일구며 경이적인 선교적 결실을 맺어왔습니다.  한국 감리교회는 가장 대표적인 선교의 결실 중 하나입니다.

갈등과 분열의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로 여전히 한 교단으로서의 본 줄기가 그 맥을 이어오고, 우리 고국의 역사 속에서 증거되었듯, 선교하는 곳에서 그 나라 그 민족의 미래를 선도하며 그 역사와 사회의 선구적 역할을 감당하는 앞서가는 교회가 우리 연합감리교였음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를 가능케 한 신앙적, 신학적, 선교적 줄기와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우리 감리교의 모습입니다.

오늘 이 나눔을 준비하면서 제 마음속에 떠오르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E Pluribus Unum’입니다. 라틴어로 ’one out of many’, 또는 ‘out of many, one’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문구는 미국의 국가 인장에 새겨져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한 국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야 하는 미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구이자 국가적 비전과 지향점을 담은 이 나라 건국 표어입니다.

19년 전입니다. 저는 감독 선출 과정에서 제가 생각하는 연합감리교회의 비전을 간략히 소개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제 응답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저의 연합감리교회의 비전은 우리 교회가 참으로 포용적이고 다양하며 복음적이고 선교적이며 건강하고 성장하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가슴과 마음의 문을 성서와 하나님의 영을 향해 그리고 서로를 향해 열고 있음으로써 연합감리교회가 모두를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이며 그들 그대로 긍정되고 그들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확인되고 확증되어 복음의 사역자와 선교자로 위임되고 보내지는 장이 되는 것이 저의 비젼입니다.”  

E Pluribus Unum의 비전이었습니다. 왜 연합감리교회인가에 대한 여전히 변함없는 제 대답입니다.

저는 one out of many의 비전과 정신이 성서가 증언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 속에 반영되어 있음을 믿고, 이를 지향하는 연합감리교회의 전통과 역사의 진행에 동참하는 것을 특권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연합감리교회는 더욱 큰 하나님 나라의 공익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구현이라는 보다 큰 그림을 위해 서로 간의 차이를 넘어 하나 될 수 있다는 그 희망의 이유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를 요청할 뿐 아니라 가능하게 할 능력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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